미중 기술패권 전쟁 새 과녁… 데이터 안보 우려로 부상
“테무, 가장 공격적 형태의 멀웨어·스파이웨어 특성 갖춰”
글로벌 최저가와 무료 사은품 공세로 전 세계적 인기를 얻고 있는 중국산 쇼핑앱 ‘테무(TEMU)’가 전 세계 규제당국의 과녁이 되고 있다. 틱톡 등 중국 플랫폼을 견제하는 미국뿐만이 아니라 유럽이나 동남아시아 등 각국에서 잇따라 칼을 빼들고 있는 모습이다.
중국 전자상거래 대기업 핀둬둬(PDD)의 자회사인 테무는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유럽과 미국에서 빠르게 성장했다. ‘억만장자처럼 쇼핑하세요’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전 세계 소비자들을 끌어들여 주방 가전제품과 전자제품부터 의류와 액세서리에 이르기까지 모든 제품에 최저가를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테무는 각국에서 국가안보 침해와 소비자 권리 침해, 중소기업 생태계 파괴 등의 의혹을 사며 규제 당국의 주요 공격 표적이 되고 있다.
싱크탱크 전략국제연구센터(CSIS)의 다이앤 리날도 선임연구원은 “불법 노동 관행을 이용해 생산된 상품 판매, 애플리케이션 자체의 데이터 보안 및 액세스, 중국 공산당과의 관계 등 패스트패션 플랫폼 테무의 비즈니스 관행이 심각한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으며, 더 많은 조사를 촉구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테무에서 2022년 발생한 매출의 80% 이상은 고객 대상 판매가 아니라 타사 소매업체 네트워크에 광고 서비스를 판매하는 데서 발생했다. 이 모델은 대량의 데이터를 캡처하고 처리해야 하며, 일부에서는 테무가 수익성이 높은 비즈니스 기업이 맞는지 의구심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전자상거래 시장조사 회사인 마켓플레이스펄스의 창립자 줘자스 카쥬케나스는 LA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테무가 수익성 있는 소매업을 운영할 방법은 전혀 없다”며 “그들이 효과적으로 구매하는 것은 시장 점유율이며, 앞으로도 이 점유율이 유지되기를 희망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장정보 회사인 그리즐리 리서치는 테무가 “광범위한 유통망에서 가장 위험한 앱”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이 회사는 테무 앱에 대해 “소프트웨어가 가장 공격적인 형태의 멀웨어·스파이웨어의 모든 특성을 갖추고 있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이 앱에는 사용자 모르게 광범위한 데이터 유출을 허용하는 숨겨진 기능이 있어 잠재적으로 악의적인 행위자가 고객의 모바일 장치에 있는 거의 모든 데이터에 완전히 액세스할 수 있다”며 이는 의도적으로 설계됐다고 부연하고 “소프트웨어의 악의적인 의도와 침입성을 의도적으로 숨기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 것이 분명하다”고도 평했다.
●테무 때리는 미 행정부, 더 하라는 의회 = 미국은 테무를 비롯해 알리익스프레스나 쉬인 등 중국 전자상거래 플랫폼의 대규모 공습을 막기 위해 가장 발 빠르게 움직이는 국가 중 하나다. 대표적으로 개인의 하루 수입금액이 800달러 미만일 경우 관세를 면제하고 세관 조사를 덜 받는 ‘미소기준(de minimis)’ 면세규정에서 중국 상품을 빼려고 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 9월 12일 무역법 301조나 201조,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관세를 적용받는 수입품의 경우 미소기준 면세규정을 적용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규정안을 발표하면서 테무나 쉬인 등의 중국 전자상거래 플랫폼이 이 규정을 악용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은 “미 노동자와 기업은 동등한 경쟁 분야에서 누구와도 경쟁할 수 있지만, 중국 전자상거래 플랫폼들은 최소 면제 규정을 남용해 너무 오랫동안 관세를 회피해 왔다”고 말했다.
나브테지 딜런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 부위원장은 브리핑에서 면세 한도에 대한 우려를 설명하면서 “이런 허점(loopholes)을 통해 외국 기업들, 대부분 중국에 설립된 전자상거래 플랫폼들이 미국 시장을 저가 제품으로 가득 채우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조치는 중국산 제품, 특히 전자상거래 수입품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고위당국자는 브리핑에서 “어디서 오든 이들(무역법 301조와 201조, 무역확장법 232조) 규정에 근거를 둔 조치를 적용받는 모든 수입품은 면세 한도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답했다.
그러나 해당 관세 적용대상의 대부분이 중국산 소비재이며, 면세 수입 증가량의 상당 부분이 중국의 쇼핑 플랫폼 테무(Temu)와 온라인 패스트패션 브랜드 쉬인(Shein)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최근 민주당 상원의원들은 이 규정으로도 부족하다며 아예 미소기준 면세 대상에서 전자상거래 상품들을 제외해야 한다며 미 국토안보부에 대응조치를 촉구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달 말 현지 언론 인터뷰를 통해 “해당 규제안이 일부 품목에만 적용되는 데다가 공급업체가 미국 관할권 밖에 있기에 관세 코드를 위조하더라도 처벌할 수가 없다”며, “전자상거래 물품을 미소기준 면세 대상에서 명확하게 제외하는 방안을 즉시 재고해 조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테무 저가·짝퉁 공세에… 각국서 ‘중소기업·소비자 보호’ 나서
미등록 영업에 뿔난 베트남… 인도네시아는 선제적으로 차단
●유럽 디지털서비스법, 테무 정조준 =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테무가 초대형 온라인 플랫폼으로서 준수해야 할 의무를 수행하고 있는지에 대해 조사에 들어갔다. EU는 테무가 공개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데이터를 연구자에게 제공해야 할 의무를 준수하고 있는지도 조사할 예정이다.
로이터통신은 지난 11월 1일 테무가 불법 제품 판매와 관련돼 EU 기술규제당국의 조사대상이 됐다고 보도했다. 이는 대규모 온라인 플랫폼이 불법 및 유해 콘텐츠에 대응하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일 것을 요구하는 유럽연합 디지털서비스법안에 따른 조치다.
EU 집행위원회는 지난 5월 테무를 ‘초대형 온라인 플랫폼’으로 지정하고 디지털서비스법에 따라 자사 플랫폼에서 불법 및 유해 콘텐츠와 위조품에 맞서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의무를 부과한 바 있다.
EU 집행위 관계자는 로이터통신에 “불법 제품의 확산을 막기 위해 효과적인 방법으로 충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며 “불량 거래자들이 다른 아이디로 다시 등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U 반독점 및 기술 책임자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는 성명에서 “테무가 디지털서비스법을 준수하고 있는지 확인할 것”이라며 “특히 플랫폼에서 판매되는 제품이 EU 표준을 충족하고 소비자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지를 분명히 하겠다”고 밝혔다.
테무는 성명을 통해 “디지털서비스법에 따른 의무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규정 준수 시스템을 강화하고 플랫폼에서 소비자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위조품 판매에 대응하기 위한 EU 이니셔티브에 동참하기 위해 논의 중이라고도 덧붙였다.
이는 ‘인터넷 위조품 판매에 관한 양해각서(MoU)’로 의무가 아닌 자발적 참여를 바탕으로 하는 협정이다. 온라인 소매업체인 아마존, 알리바바, 이베이와 아디다스, 나이키, 에르메스, 몽클레어와 같은 브랜드가 서명한 바 있다.
그러나 익명을 요구한 업계 소식통은 위조 방지 양해각서에 테무의 서명을 수락하면 네트워크의 신뢰성에 영향을 미칠 것이 우려된다고 로이터통신에 말하기도 했다.
●베트남, 테무에 “등록 안 하면 차단” =베트남에서는 테무가 미등록 상태로 영업하며 초저가 제품을 공급해 현지 산업이 입는 타격이 커지고 있다. 베트남 정부는 테무의 접속 차단까지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0월 29일 현지 매체 VN익스프레스에 따르면 베트남 산업부는 최근 테무를 상대로 베트남에서 영업하려면 당국에 등록해야 하는 법을 따라야 한다면서 그렇지 않으면 테무 접속을 차단하겠다고 경고했다.
관련 베트남 법에 따르면 베트남에 도메인이 있거나, 홈페이지 내용을 베트남어로 표시하거나, 베트남에서 연간 10만 건 이상 거래하는 전자상거래 플랫폼은 정부 당국에 등록이 필요하다.
테무는 지난달부터 베트남 소비자에 쇼핑 서비스 접근을 허용하고 무료 배송 서비스까지 제공하고 있지만, 베트남 당국에 아직 사업 등록을 하지 않았다.
베트남 산업부는 이에 대해 당국에 등록되지 않은 플랫폼에서 온라인 쇼핑을 할 때 주의해야 한다고 소비자들에게 촉구했다. 앞서 호 득 폭 산업통상부 차관은 테무가 구글·페이스북처럼 세금을 내야 한다고 밝혔다.
베트남 현지 커피 생산업체 ‘미트 모어’는 그간 쇼피, 라자다 같은 베트남 내 전자상거래 플랫폼으로 제품을 판매해왔다. 하지만 최근 테무 같은 플랫폼을 통해 중국 기업들이 비슷한 제품을 더 낮은 가격에 판매하고 무료 배송까지 제공하는 데에 우려를 표했다. 업체는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경쟁하기 위해 가격을 낮추고 있는데, 이는 또한 우리의 이익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고 말했다.
마케팅 전문가 응우옌 두이 비는 베트남 기업이 중국 기업보다 제조 비용과 세금 부담이 더 크기 때문에 가격을 계속 낮출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는 가격에 민감한 저소득·중산층 고객을 잃을 위험이 크다는 의미”라며 “많은 (중국산) 품목이 낮은 품질에 적절한 보증 없이 판매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인도네시아, 앱 마켓에서 테무 차단 요청 = 지난 10월 11일 로이터통신은 인도네시아의 구글 플레이스토어나 애플 앱스토어 등지에서 전자상거래 플랫폼 테무의 다운로드가 막혔다고 보도했다.
이날 부디 아리 세티아디 인도네시아 통신부 장관은 중소기업 보호를 위한 선제적 조치로 구글과 애플 등의 앱 다운로드 시장에서 테무 차단을 요청했다고 로이터통신에 밝혔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테무와 함께 세계적인 성공을 거둔 중국 전자상거래 플랫폼 쉬인에 대해서도 같은 조치를 요청할 계획이다.
아울러 그는 소비자와 중국 공장을 직접 연결해 가격을 크게 낮추는 테무의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 “건전성을 해치는 경쟁”이라며 “우리는 전자상거래를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수백만 개사의 중소기업을 보호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도네시아는 지난해에도 자국 내 소비자 데이터와 사업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중국 숏폼 플랫폼 틱톡의 자체 이커머스 서비스인 틱톡샵을 폐쇄하도록 한 바 있다.
이에 틱톡샵은 현지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토코피디아를 인수해 온라인 쇼핑 사업을 재개하고, 향후 5년간 인도네시아에서 100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며 인도네시아 상품의 세계 시장 진출을 돕고 인도네시아 중소기업을 함께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출처: 한국무역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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